- 돈 승
- Jun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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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윤 교수, 임상호 교수(KAERI 스쿨 원자력과학기술 전공)
노혜란 박사(KAERI 스쿨 방사화학 및 핵비확산 전공 졸업)

□ 과학 기술의 발전은 종종 끈기 있는 탐구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여기, 방사화학이라는 전문 분야에서 오랜 시간 동안 해결되지 않았던 과제에 도전하며 주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낸 UST 스승과 제자가 있습니다. 함께 연구하며 개발한 혁신적인 나노 신소재는 관련 기술의 국산화와 미래 산업 발전에 중요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김종윤, 임상호 교수님과 노혜란 박사님, 이들이 함께 써 내려간 빛나는 연구 이야기와 그 과정에서 피어난 아름다운 동행을 살펴봅니다.
Q. 안녕하세요, 교수님, 동문님. 먼저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김종윤 안녕하세요. 저는 2004년부터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신소재 합성 및 응용, 용융염 물성 연구, 폐기물 분석 등 다양한 방사화학 분야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2009년 UST에 부임한 이후, 현재 융합원자력(계약학과) 주임교수 및 원자력과학기술 전공(세부전공 방사화학) 교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임상호 반갑습니다. 저는 2013년 한국원자력연구원 입사 이후 환경시료 내 극미량 핵물질 분석, 사용후핵연료 특성 평가, 방사성 핵종 및 핵물질 흡착제 개발, 고순도 중수국산화 핵심 생산기술 개발 등 다양한 연구를 수행해왔습니다. UST에는 2015년에 임용되어 원자력과학기술학과에서 방사화학 분야를 강의하고 있으며, 2023년부터는 한국원자력연구원 방사화학기술개발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노혜란 안녕하세요. 저는 UST-KAERI 스쿨 임상호 교수님의 지도 아래 석·박사 통합과정을 마쳤고, 현재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 노혜란입니다.

Q. 이번에 개발하신 우라늄 흡착용 하이브리드 나노 신소재 연구가 국제 학술지 '분리정제기술(Separation and Purification Technology, I.F.8.2)'에 게재되었습니다. 이번 연구의 핵심 내용과 학계에서의 의미를 설명 부탁드립니다.
김종윤 저희가 개발한 신소재는 HDEHP라는 유기인산계 화합물을 실리카 나노구조체에 결합해 우라늄 흡착 성능을 극대화한 소재입니다. 특히 기존 방식보다 간단하고 경제적이며 친환경적인 수열반응법을 통해 균일한 입자 크기와 메조기공을 효과적으로 구현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임상호 이 신소재는 1g당 136mg의 우라늄을 흡착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나타냈으며, 이는 현재 사용 중인 고가의 상용 흡착제와 견줄 수 있는 뛰어난 성능입니다. 또한 합성 과정이 간편하고 폐기물이 적게 발생해 경제성과 환경친화성을 동시에 확보했으며, 다공성 입자의 기공 크기 조절이 가능해 우라늄 흡착뿐 아니라 약물 전달체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응용 가능성을 지녀 학계의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Q. 함께 연구를 진행하시면서 각자의 전문성이 어떻게 시너지를 발휘했는지 궁금합니다. 특히 노혜란 동문께서는 UST에서의 경험이 이번 연구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종윤 저는 나노기술 초기인 2001년부터 다공성 나노구조체의 합성과 응용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 왔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노혜란 박사, 그리고 MOF(유무기 복합소재) 합성 및 단결정 구조 분석 분야의 전문가이신 임상호 교수님과 함께 본 연구를 처음부터 진행했습니다. 유무기 복합체의 화학합성에서부터 흡착 성능 최적화에 이르기까지각자의 전문성이 체계적으로 융합되었고, 여기에 노혜란 박사의 꾸준한 집념과 열정이더해져 이번 값진 성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노혜란 UST의 교육과정은 현장 중심의 연구 참여와 실습을 중점적으로 다룹니다. 이론강의 역시 실제 연구와 직결된 주제로 구성되어 있어 실험 설계나 분석 결과를 해석하는능력을 자연스럽게 키울 수 있었습니다. 이번 연구 과정에서는 XRD, BET, SEM/EDS 등 다양한 분석 장비를 직접 다루며 소재의 특성을 면밀하게 분석했고, 이 경험은 연구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더불어 교수님과 각 분야 전문가 박사님들과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연구 방향성과 실제 응용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수 있었다는 점이 UST의 뛰어난 연구 환경이 가진 중요한 장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 우라늄 흡착제가 현재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이번 신소재가 상용화된다면 국내 원자력 산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시나요?
임상호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우라늄뿐 아니라 플루토늄, 세슘 등 다양한 방사성 핵종을 선택적으로 흡착·분리하는 특수 소재의 대부분이 현재 고가의 해외 수입품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특히 방사화학적 핵종분석에 사용되는 분리 소재는 거의 전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입니다. 따라서 이번에 개발한 신소재는 수입 대체는 물론, 전략기술의 국산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해외 수출은 물론, 후쿠시마 사고이후 중요성이 커진 환경복원 분야에서도 기술적 진보를 이끌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종윤 원자력 발전은 탄소중립 실현과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미래에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이에 따른 안정적인 핵연료 수급은 여전히 큰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이번에 개발된 신소재는 미래 우라늄 자원화 공정 개발의 핵심소재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한,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 등 향후 본격화될 원전 해체 과정에서는 다량의 방사성폐기물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안전하게 관리하고 처분하는데 있어서 정확한 방사화학적 핵종 재고량 평가를 위한 분리 소재로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본 신소재를 기반으로 다양한 방사성 핵종에 대한 흡착 능력을 추가로 개발할 수 있다면, 폐기물 화학분리공정에 적용할 수 있는 신개념 분리소재로서의 활용 가치가 매우 클 것으로 판단됩니다.

Q. 이번 연구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혁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특히 기존 방식과 달리 주형 물질인 HDEHP를 제거하지 않고 수열반응으로 합성하는 방식을 선택하신배경도 함께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종윤 가장 혁신적인 부분은 기존 실리카 주형합성법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웠던10~100μm의 균일한 구형 다공성 입자에 대해 메조기공 크기를 제어하면서 주형 물질을 제거하지 않는 합성법과 신소재를 개발했다는 점입니다. 이 모든 특성을 하나의 반응기에서 쉽고 간단하게 구현했다는 것이 저희 기술의 핵심입니다. 주형 물질 제거 공정(독성용매 사용 또는 고온 소성)을 생략함으로써 경제적·환경적 이점을 확보했습니다. 또한, 일반적으로는 주형 제거 후 별도의 물질을 추가 도입하여 흡착 성능을 높이지만, 저희는 처음부터 활성물질(HDEHP)을 포함시켜 합성함으로써 공정을 단순화하고 효율을 극대화한 것이 획기적인 발상입니다.

Q. 연구 과정 중 가장 큰 난관은 무엇이었고, 이를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또 연구의 방향을 바꾸거나 도약의 계기가 된 전환점이 있었다면 말씀해 주세요.
임상호 본 연구는 10년 이상의 장기적인 노력의 결실입니다. 초기 합성 설계와 신소재합성에는 성공했지만, 응용 분야 탐색 과정에서 연구 참여자 일부의 이탈로 인해 한동안연구가 지연되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후 노혜란 박사가 합류하면서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고, 지속적인 소재 합성과 분석, 그리고 우라늄 흡착 성능 평가 실험을 통해 의미 있는 결과가 도출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예상보다 낮은 성능 수치로 또 한 번 난관에 부딪혔습니다.
김종윤 이 시점에서 저희는 같은 부서의 동료 연구자인 김태형 박사님의 자문을 받아흡착 실험 조건에 대한 열역학적 해석과 정밀한 성능 평가를 다시 진행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기존에 발표된 많은 소재들의 우라늄 흡착 성능이 과대평가되었음을 밝혀냈고, 이를 기반으로 신뢰성 있는 흡착 성능 평가 방법을 연구에 포함시켜 논문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습니다. 이 결정적인 전환점 덕분에 이번 연구가 보다 신뢰할 수 있는 결과로이어질 수 있었고, 학술적으로도 큰 의미를 더할 수 있었습니다.

Q. 노혜란 동문께 특별히 질문드립니다. UST에서의 학업과 연구 경험이 이번 연구 성과에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그리고 제자이자 현재는 동료 연구자로서 교수님들과 함께 연구를 진행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노혜란 UST에서의 학업과 연구 경험은 이번 성과의 밑거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장 중심의 교육 시스템 덕분에 이론 지식을 실제 연구에 바로 적용할 수 있었고, 이를통해 문제 해결력과 실험 설계 능력을 갖출 수 있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업하는 환경은 융합적인 시각을 갖는 데 큰 도움이 되었고, 이번 연구에서도 그 경험이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또한 제자이자 현재는 동료 연구자로서 교수님들과 함께 연구를 수행하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언제나 열린 자세로 연구에 대해 의견을 나눠주시고, 한 사람의 연구자로 진심으로 존중해주셨다는 점입니다. 제가 제안한 아이디어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주시고, 연구 과정에서 마주한 다양한 도전 과제에 대해 멘토로서 아낌없이 조언해주셨습니다. 이러한 연구 환경 덕분에 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주인의식을 갖고 연구에 임할 수 있었고, 그것이 이번 성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결정적인 요인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Q. 개발하신 기술이 우라늄 자원 회수와 방사성 물질 관리 외에도 촉매제, 약물전달물질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고 하셨는데, 가장 유망하다고 생각하시는 응용 분야와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또한 앞으로의 연구 계획과 대규모 생산 및 상용화를 위해어떤 노력을 계획하고 계신지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김종윤 후쿠시마 사고 이후 방사성 물질 제거 기술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번 연구를 통해 우라늄 흡착 소재로서의 가능성을 확인했고, 앞으로는 트리튬, 스트론튬, 세슘 등 다른 환경 유해 방사성 핵종에 대한 흡착 가능성도 지속적으로 탐색할 계획입니다. 또한, 과거 국내 유수의 화학 기업에서의 대량 생산 공정 연구 경험을바탕으로, 보다 저렴하고 환경 친화적인 대규모 생산 공정 개발에도 이미 착수한 상태입니다.
임상호 결국 큰 성과는 사람이 만들어내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유능하고 열정 넘치는UST 학생들이야말로 이 연구가 더욱 확장되고 발전할 수 있는 핵심 동력입니다. 저희는해당 분야에 관심 있는 신입생 유치를 위해 지방 설명회 개최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앞으로도 UST 학생들의 열정적인 참여를 계속해서 기대하고 있습니다.
Q. 함께 연구를 진행하시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특별했던 순간이 있으셨다면 나눠주실 수 있을까요?
임상호 연구 과정의 모든 순간이 도전이자 배움이었기에, 특별했던 순간이 오히려 흐릿해질 정도로 고된 여정이었습니다. 다만 기억에 남는 건, 기대했던 성능이 처음에는 나오지 않아 실망했지만, 오히려 그 과정에서 기존 연구들의 실험 조건이 잘못 설정되어 과대평가된 사례가 많았다는 단서를 찾아냈고, 이를 논문에 반영하며 신뢰도를 높일 수 있었던 점입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저널에 투고했으나 반복 실험 부족이라는 이유로 게재가 거절되는 경험도 있었고, 그 후 재실험을 통해 성능을 입증하고 결국 논문이 게재되어 한국원자력연구원 2024년 우수성과로 선정된 과정은 마치 롤러코스터 같았습니다.
김종윤 힘든 순간마다 교수님들, 팀원들 모두가 하나의 팀이 되어 함께 문제를 해결해나갔기에, 이 모든 과정 자체가 뜻깊은 추억이 되었습니다. 처음 합성에 성공했을 때의 기쁨, 성능 저하에 좌절했던 순간, 실험 오류의 원인을 찾고 다시 일어섰던 일들 모두가 쌓여 지금의 성과를 만들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는 이런 어려움들을 함께 이겨내리라 믿습니다.

Q. 연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는데요, 교원으로서의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교수님들께서 생각하시는 교육 철학이 있으시다면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김종윤 저는 학생들에게 UST, 특히 한국원자력연구원 스쿨이 가진 특수성과 차별성을 항상 강조합니다. 방사화학은 국내 다른 대학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매우 전문적인 분야이며, 저희 연구원은 플루토늄, 우라늄 등 악티나이드 원소를 실제로 다룰 수 있는 국내 유일의 특별한 시험시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교수진이 이와 관련된 전문 지식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이 특수한 환경을 최대한 활용해 실질적인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임상호 악티나이드 실험은 극도의 정밀성과 주의가 요구되는 작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의 정신적 태도와 책임감이 그 어떤 분야보다 중요합니다. 최고의 연구자가 되기 위해서는 단단한 마음가짐과 함께, 교수·학생·동료가 하나로 뭉쳐 유연하고 협력적인분위기 속에서 팀워크를 이루는 것이 필수입니다. 저는 실패를 단순한 좌절이 아닌, 협력의 가치를 배우는 기회로 여겨야 한다고 생각하며, 학생들에게 이러한 경험을 통해 함께 성장하는 과정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교수님들께서 연구자로 성장하고 있는 UST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김종윤 '워라밸'과 '성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자신이 특별히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면, 이 두 가지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일은 더욱 어렵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이는 오랜 시간 다양한 연구 경험을 해왔던 저희에게도 여전히 어려운 과제입니다. 분명한 것은, 희생 없이 얻어지는 것은 없으며, 때로는 큰 희생을 치르고도 얻는 것이 적을 수 있다는 점을 각오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임상호 쉽게 오지 않을 행운을 기대하기보다는, 언젠가 닥칠 수 있는 어려움에 대비할수 있는 정신적 건강과 회복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패를 겸허하고 용기 있게 받아들이며,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주변의 동료, 선배, 교수 등 좋은 조력자를 찾고 의지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저희 또한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수많은 실패를 견뎌낸 경험이 있으며, 그 곁에는 늘 좋은 조력자들이 있었습니다. 부디 잘못된 조력자에게 휩쓸려 어려움을 겪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 세 분의 연구자와의 대화는 신소재 개발의 치열함과 연구에 대한 열정, 그리고 UST라는특별한 교육·연구 기관이 지닌 가치와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하는 소중한 시간이었습 니다. 이번 성과를 발판 삼아 앞으로도 더욱 혁신적인 연구로 미래 사회에 기여할 이들의 여정을 UST가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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